[프레시안]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할수 있다니!

[프레시안]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할수 있다니!


우리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할수 있다니!

[살림 이야기] 해와 비와 바람 속에서 아이들은 자란다

강수현 여성환경연대 정책국 활동가 2014.11.07 18:29:39

봄에 뿌린 씨앗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 맺는 모습. 내가 가꾼 열무가 급식에 나오고,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부했던 오이의 아삭하고 시원한 맛을 알게 되는 일. ‘학교 텃밭’에서 은근과 끈기로 일상의 생명력을 틔우고 보듬는 사건들이 온갖 위기가 넘쳐나는 이 시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교실 밖에서 자연을 만나는 학교 텃밭
여 성환경연대는 2007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아토피 예방교육 캠페인을 하면서 학교 텃밭을 처음 시작했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을 줄이고 채소와 거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고 아이들이 교실에서 말로 배우는 것보다,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를 맛보는 경험을 통해 먹을거리를 삶으로 만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학교 텃밭을 통해 아이들은 일상에서 자연을 보고, 만지고,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농사지으며 즐거워하고 수확물을 나누면서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모습. ⓒ강수현

▲ 학교 텃밭을 통해 아이들은 일상에서 자연을 보고, 만지고, 느낀다. 친구들과 함께 농사지으며 즐거워하고 수확물을 나누면서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모습. ⓒ강수현

많 은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나 학원에서 책상에 앉아 보내며, 컴퓨터나 TV 등을 많이 하여 신체 활동량은 많지 않다. 자전거 타기, 술래잡기, 텃밭 가꾸기 등 적당한 활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활력을 준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특히 햇빛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바깥 활동은 비타민D를 흡수하고 우울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앉 아만 있고 몸을 움직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그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충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바깥 활동이 저조한 장마철, 아이들이 실내에서 주로 시간을 보낼 때 다툼이나 싸움이 잦은 것이 몸을 움직일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학교 텃밭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교실 밖으로 나오는 기회를 마련한다.
또 한 도시 아이들은 자연을 충분히 느끼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주변은 생태적으로 단순하고, 신기한 것이 별로 없다. 다양한 자연 체험을 위해 숲과 들, 갯벌로 찾아가려면 교통비 및 숙박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게다가 자기가 사는 지역을 떠나 자연을 찾아가고 그곳의 생태를 관찰하고 돌아오는 활동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도 하고, 오히려 찾아간 곳의 자연을 훼손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단순히 나무·꽃·새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과 같이 활동이 삶과 연결되지 않고 기능적으로만 이뤄질 수도 있다.
하 지만 학교 텃밭은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며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등·하굣길 또는 쉬는 시간 같은 때에도 작물의 생장과 변화를 접할 수 있는 현장이 된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직접 보고, 만지고, 느끼고, 교감하면서 생태 감수성을 키워가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된다.
텃밭에서 뿌듯함과 보람 느끼는 아이들
ⓒ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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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쿨링, 탈학교, 대안학교 등 공교육 바깥의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은 학교를 거친다. 성별·세대·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어느 연령이 되면 누구나 생애 주기의 비슷한 시기를 학교에서 보낸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은 교육을 통해 생활방식·습관·가치관 등이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로, 이때 자연을 경험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태도와 생활방식을 가지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학교의 교육 목표는 ‘대학 입시’ 하나로 수렴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교과도 아닐뿐더러 손이 많이 가는 텃밭이 학교로 진입하기에는 문턱이 높은 편이다. 일단 학교 텃밭을 시작하더라도 학교장의 관심 정도에 따라 지지받거나 좌초되기도 하고,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제안을 달가워하지 않거나 학부모와 지역사회에 개방하기를 꺼리는 경직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럴 때 “학교는 진짜 안 바뀐다”며 뒷걸음질 칠 수도 있지만, 교사와 학부모의 의욕적인 참여, 지역 풀뿌리단체의 관심으로 학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텃밭 활동 사례들을 접할 때면 참 반갑고 뿌듯하다. “우와, 학교에서 이런 것까지 할 수 있다니!”
아 이들이 또래와 어울리면서 형성하는 우정, 교사로부터 받는 칭찬과 인정, 학업 성취에서 오는 자신감 등 학교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다수가 아닌 몇몇에게만 돌아가기 쉽다. 그에 비해 텃밭에서 이뤄지는 활동과 교육은 아이의 학습 능력이나 리더십, 인성이 어떤지에 관계없이 때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어디에 작물을 심고 배치할까, 어떻게 지주대를 세울까 등 의사결정을 하며 판단 능력을 키우고, 되도록 많은 아이들이 수확물을 함께 나눔으로써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긍정적인 경험을 한다. 평소 학습능력에 자신감이 없고 학급에서 그다지 돋보이지 않던 아이가 학교 텃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내 기도 한다.
실수해도 받아 주며 생명을 틔우는 교육
누 구를 칭찬하는 말도 자주 하면 가벼워지고 ‘진심일까?’ 뒤돌아 생각하게 하는 것처럼, 무엇이 좋다는 말도 많이 하면 진부해지고 또렷한 의미도 자칫 배경으로 물러나기 쉽다. 그래서 텃밭 교육의 장점이나 효과를 나열하는 말, 어느 한 면만 돋보이고 과장된 말은 되도록 삼가려 한다.
ⓒ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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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지만 텃밭이 생태·순환·먹을거리·공동체·정서 어느 측면으로 접근해도 통하는 소재라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틀림없는 것 같다. 똥오줌이 어디로 가는지, 씨앗이 어떻게 얻어지고 종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농촌의 현실이 얼마나 척박한지 도시농사를 짓고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텃밭이 아니었으면 한 번도 주목하지 못했을 일이다. 늦게나마 다 큰 어른도 알게 되고 달라지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은 어떨까?
‘교육’이라는 말은, 앞에 어떤 교과나 수식어가 붙더라도 ‘배움의 기쁨과 감동 그리고 삶의 변화’라는 공통의 목적을 갖는다. 그것이 영어든, 체육이든, 음악이든, 텃밭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 생산과 소비, 현재와 미래의 가치가 분절되고 괴리된 오늘날 현실에서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텃밭은 ‘지금, 여기’ 더없이 훌륭한 교육적 소재이자 삶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여 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텃밭 수업을 시작할 때 종종 감탄하는 순간은 1학기 수업을 마치면서 채 정리하지 않은 작물들이 뜨거운 볕에 녹아내리지도, 장맛비에 쓸려가지도 않고 용케 살아있을 때다. 또 아이들이 미숙해서 고구마를 잘못 심었더라도 한 주 후에 고구마순이 자리를 잡고 뿌리내린 것을 볼 때면, 사람의 손길과 능력보다도 해와 비와 바람이 생명을 기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하거나 잘못하더라도 받아 주며 생명을 틔우는 자연의 넉넉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우리의 잘못과 한계를 인정하고, 용서받으며 씩씩하게 한걸음 나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교육을 통해 진정으로 이루어가고자 하는 모습 아닐까?
ⓒ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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